'14년 대표 마감' 차두리 "아버지는 높은 벽이자 롤모델"(일문일답)

  • 등록 2015-03-31 오후 11:17:21

    수정 2015-03-31 오후 11:17:21

14년간의 대표선수 생활을 마치고 은퇴식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차두리.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14년간의 파란만장했던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마친 차두리(35·FC서울)가 아버지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털어놓았다.

은퇴식에서 아버지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는 순간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차두리는 “항상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의 명성에 도전했다. 아버지보다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현실의 벽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때는 아버지가 밉더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버지의 근처에도 못갔다. 그래도 아버지는 항상 롤모델이었다. 아버지와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다음은 차두리의 국가대표 은퇴 기자회견 일문일답.

-은퇴식에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 무슨 생각이 들었나.

▲‘나는 참 너무나 행복한 축구선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 아버지가 운동장에 나왔을 때는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항상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의 명성에 도전했다. 아버지보다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현실의 벽을 느꼈다. 그 이후에는 축구를 즐겁게 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로서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홀가분했지만 아버지 아성에 도전해 실패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남았다. 한때는 아버지가 밉더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버지의 근처에도 못갔다. 그래도 아버지는 항상 롤모델이었다. 아버지와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실축했을때 너무 미안했을 것 같다. 후배들에게 무슨 얘길 해주고 싶나.

▲느낌상 흥민이가 못넣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고 차라고도 누가 얘기했는데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경기를 이기고 싶었고 진지함을 끝까지 가져가고 싶었다. ‘성용이가 찼으면’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이재성이 골을 넣어 이겨 다행이다. K리그에서 온 젊은 선수가 골을 넣어 승리했다는 것은 대표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기려고 끝까지 노력해준 후배들에게 고맙다.

-차두리에게 아버지 차범근은 어떤 존재인가.

▲아버지는 내게 있어 모든 걸 다 갖추신 분이다. 축구적으로는 가장 닮고 싶은 선수였다. 한편으로는 나를 가장 잘 알고, 경기 전 또는기 중에 어떻게 경기하라고 가장 알맞게 지시해 줄 수있는 사람이다. 또 아버지니까 내가 힘들때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내게는 가장 고마운 사람이다.

-선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감독은 누구인가.

▲히딩크 감독일 것 같다. 대학생 시절에 대표팀은 커녕 청소년대표 경력도 없는 선수를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했다. 당시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스피드와 파워가 좋다는 장점만 보고 월드컵까지 데려가줬고 결과적으로 그 덕분에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대표팀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인가.

▲이번 아시안컵의 우즈벡전을 꼽고 싶다. 축구선수로서 ‘내가 고참이고,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경기였다. 사실 대표팀에 소집되면 ‘팀을 이기기 위해 초점을 맞추자’, ‘팀이 이기는게 가장 중요하다’, ‘경기에 못나가더라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팀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자’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대회를 하다보면 말이 쉽지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도 그 경기에선 후배들에게 내가 한 말을 책임질 수 있어서 선배로서 좋았다.

또 나이를 들다보니 경기 흐름을 읽는 것 같다. 선수 개개인이 어떤 몸상태이고 뭐가 되고, 뭐가 안되는지 알게 되는 것 같다. 그 경기에서 90분이 지나고 난 뒤 흥민이가 도저히 못뛰겠다고 하더라. 감독님의 작전에 내가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 경기는 정말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연장전 들어가기 전에 슈틸리케 감독에게 ‘흥민이가 너무 피곤한데 뭔가 변화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감독님께 ‘흥민이를 전방에 놓고 이근호를 오른쪽에 두자’고 얘기했다. 감독님도 ‘괜찮은 생각’이라며 전술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흥민이가 2골을 넣어서 이겼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그런 부분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말 이기고 싶다’고 간절함이 생기면 어떻게 상대를 이길 수 있을까에만 고민하는 것 같다. 내가 후배들에게 했던 말을 책임졌고 고참으로서 경기에 영향을 줘서 기뻤다. 어시스트까지 해서 팀에 보탬이 됐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대표팀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경기였다.

-아버지를 선수 시절 계속 이겨보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지도자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일단 소속팀 FC서울이 3연패를 당하고 있다. 서울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죽어라 뛰는게 중요하다. 그 이후 앞날에 대해 차차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지도자 자격증은 따고 싶다. 독일에서 따는것이 목표다. 그 과정에서 축구 안팎으로 배울 수 있는게 많다. 그러다보면 내 앞날에 대한 생각이 생길 것 같다.

-은퇴식을 앞두고 축하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박)지성이가 밥 먹자고 하더라. 내일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많은 축하문자가 왔다. 참 고맙더라. 내가 그 선배나 친구들보다 축구를 월등히 잘해서 이런 영광스런 자리를 얻는게 아닌데도 같이 기뻐해줘 감사했다.

-과거 국가대표 경기에서 독일 대표팀을 이겼을때 남다른 감회였을 것 같다.

▲우리 축구대표팀이 독일을 이기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경기력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당시 독일에서 뛰고 있었지만 나는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독일을 이겼다는 점에서 자부심 느꼈고 자랑스러웠다. 대표팀이 축구 강대국하고 경기를 많이 하면 발전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앞으로 대표팀에서 뛸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대표팀은 정말로 복 받고 하늘에서 선택힌 선수만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것을 선수들이 알고 거기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책임감을 갖고 한번 들어왔을때 뭔가 보여주고 오래 남고 싶다는 욕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경쟁이 생기고 팀이 강해진다. 한국은 유럽이나 남미처럼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 한정된 자원에서 선수를 발굴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선수 개개인이 그것을 느끼고 계속해서 발전해야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다. 한국은 대표팀에 의해 모든 것이 돌아간다. 대표팀이 소속팀 위에 있다. 평가전 한 경기를 져도 그만, 비겨도 그만이 아니라 한 경기가 팬들을 잃고, 얻을 수 있다. 매경기 열정을 갖고 임하면 축구팬들도 늘어나고 월드컵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항상 감사하면서 열정을 갖고, 또 축구게임이니 즐겁게 경기에 임해달라.

-차두리하면 피지컬은 좋은데 기술은 별로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것에 대한 반론은 없나.

▲최근 ‘피지컬은 아버지, 발은 어머니’라는 댓글을 봤다. 보면서 살짝 공감이 됐다. 나는 기술이 좋은 선수는 아니다. 다른데 장점이 있는 선수다. 유럽은 선수의 장점을 본다. 장점을 극대화시켜서 선수를 기용한다. 반면 한국은 선수가 완벽해야 한다.대표선수들도 위축된다. 사실 완벽한 선수는 없다. 자철이나 성용이, 태희등이 공 차는 거 보면 깜짝 놀란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내가 쟤네보다 잘하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선수는 없다. 축구선수의 단점을 찾아 평가하지 말고 장점을 보고 즐거워했으면 좋겠다.

-한국 축구가 더욱 세계수준에 올라가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개인 능력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에 있으면서 놀란 것이 ‘참 열심히 한다’는 말이 큰 함정이라는 것이다. 유럽에 가보니까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 바탕에 깔려있다. 그 다음에는 잘해야한다. 유럽만 해도 뛰는 양이라던가, 공을 위해 투쟁하는 것, 이기기 위해 모든 것 쏟아내는 것은 기본 바탕이다. 그 위로 정교하고 간결한 기술이 더해져야 한다. 열심히 한다는 기준을 이제는 세계의 벽에 맞춰야 한다.

-몇년전 인터뷰에서 5-3 정도 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지금 본인 축구인생을 스코어로 비유한다면.

▲5-3 그대로인것 같다. 5-3인데 골대 2번 정도 맞춘, 약간 아쉬움이 남는 게임인 것같다. 지난 2년 동안 FC서울, 대표팀과 함께 타이틀을 얻을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게 놓쳤다. 마지막 단계까지 올라간건 뿌듯하지만 결국 빈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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