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초 인생’ 서요섭(23)의 우승이 확정되자 부모님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 어머니 이진연 씨는 “고생했다”는 말로 아들의 등을 두드려줬다.
16일 경기도 용인시 88컨트리클럽 서코스(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EB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억원) 마지막 4라운드. 13언더파 171타를 쳐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리고 경기를 마친 서요섭의 주위로 동료가 몰려왔다. 뒤에서 경기하던 정한밀(28)이 3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리는 순간 서요섭의 우승이 확정됐다. 순간 주위에 있던 수십 명의 동료들이 물을 뿌리며 마치 자신의 일인 듯 축하해줬다.
대구 출신인 서요섭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채를 잡았다. 친구를 만나러 가시는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우연히 골프채를 휘둘러 봤고, 그 뒤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웠다.
하지만 그에게 골프는 짐이 됐다. 부유했던 집안이 아니었기에 아들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게 빠듯했다. 주니어 시절 골프를 배우려면 매달 수백만 원이 든다. 레슨비는 물론 골프연습장 사용료, 라운드 비용, 골프채 구입비 등이 적잖게 든다.
대구가 집인 서요섭은 경기도 용인으로 레슨을 받으러 다닐 때도 고속버스를 타고 다닌다. 20kg이 넘는 골프백을 버스에 싣고 용인에 내리면 택시를 타고 골프장까지 오거나 혹은 선배들의 차를 얻어 타고 다닌다. 용인으로 올라면 인근 모텔에 방을 잡고 며칠씩 지내면서 훈련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고생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힘든 내색을 할 수도 없었다.
서요섭은 “집안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거 다하고 살지 못했고 빠듯하게 시합을 다녔다”며 “부모님은 자신들의 인생을 다 버리고 오로지 저 하나만을 위해 희생하며 살으셨고, 그런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이 컸다”고 자신을 위해 헌신한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엿보였다.
우승으로 그동안 묵혔던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 서요섭은 이날 우승으로 상금 2억4000만원을 받아 금전적으로나마 큰 보탬이 됐다. 일주일 전, 먼싱웨어 데상트 매치플레이에서 준우승으로 1억원을 받은 데 이어 2주 동안 무려 3억4000만원을 벌었다. 그는 “저 때문에 금전적으로 힘들어하시는 부모님께 늘 죄송스러웠고, 골프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며 “오늘 우승으로 아들이 이만큼 컸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고 효도를 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우승의 기쁨을 가족과 함께 나눴다.
서요섭은 “주위에서 선배들이 ‘너도 할 수 있다’며 늘 격려해준 게 큰 힘이 됐다”며 “힘들어서 쉬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나태하지 않고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꾸준하게 연습했던 게 오늘의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기뻐했다. 서요섭은 이날 우승으로 이태희(3억1927만1429원)을 밀어내고 상금랭킹 1위(3억6073만1241원)로 올라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