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이후'에 대한 오해와 진실

  • 등록 2011-08-18 오전 9:47:03

    수정 2011-08-18 오전 10:10:09

▲ 사진=SK 와이번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김성근 떠난 자리엔 풀도 안 난다." 지난 2003년 어느날, LG 구단 최고위층 인사가 한 말이다.

뜻을 요약하면 이렇다. 김성근 감독이 선수 혹사를 너무 시킨 탓에 남겨진 팀은 이듬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는 의미였다.

2003시즌의 LG를 보면 그의 말이 언뜻 사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신윤호 이동현 이상훈 장문석 등은 김 감독 재임시 상대적으로 많은 공을 던졌다. 그리고 2003년엔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이전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주축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은 팀 성적으로도 직결됐다. 2002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LG는 2003시즌 고작 4할5푼3리의 승률을 기록하며 6위까지 성적이 떨어진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말한다. "김성근 감독이 더 LG를 맡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김 감독 스타일의 조율이 있었다면 부상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었을 거란 주장이다.

실제 이동현은 "난 한번도 김성근 감독을 원망하지 않는다. 내가 원망하고픈 사람들은 오히려 그 뒤(김 감독 퇴임 이후)에 등장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LG는 2003년 뿐 아니라 이후 8년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매년 부상 선수들 탓에 전력을 제대로 꾸리지 못한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그 문제는 돈을 아무리 들여 FA를 영입해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젠 김성근 시대의 혹사를 탓하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렸다.

김성근 감독과 동시대에 힘을 겨뤘던 한 전임 감독은 "어느 팀에서나 부상 선수는 나온다. 특히 SK처럼 오랜 기간 좋은 성적을 낸 팀은 더 그렇다. 관건은 그에 대한 대비를 얼마나 하느냐다. SK 선수들은 유독 부상을 털고 복귀하는 시기가 빠르다. 또 다친 선수들에 대한 대안도 잘 만들어낸다. 그것이 김성근 야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부상 관리가 매우 치밀한 감독이다. 시즌 중(심지어 엔트리서 빠지지 않은 선수도)에도 수시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정밀 검진을 받게 한다. 이렇게 꾸준하게 쌓인 데이터는 부상을 막고 복귀를 당기는 가장 큰 힘이 된다.

최근 발목 재수술이 결정된 박경완. 그의 수술이 결정되는 과정은 일본 의료계에서 작은 화제가 된 바 있다.

박경완의 수술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일본에서만 3군데 병원을 거쳤다. 그 중 한 병원은 정형외과 뿐 아니라 발목에 관련된 모든 분야 의사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고 한다.

SK 한 관계자는 "일본 프로야구 선수도 받기 힘든 대우라고 들었다. 그 병원 뿐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도 그 얘기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SK가 그동안 쌓은 의료 인프라가 어느정도인지 대표적으로 알 수 있는 일화다.

김성근 감독은 부상 이후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다. 모든 선수가 부상당할 위험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팀을 꾸린다.

예를 들어 햄스트링이 잦은 주전 외야수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김 감독은 이를 견제할 선수는 물론 첫번째 대안이 부진할 경우에 대비한 또 다른 카드까지 갖춰져야 마음을 조금 놓는다. 그가 시즌이 한창일때도 아침부터 야구장에 나와 선수들과 직접 땀을 흘리는 이유다.

올시즌 최악의 전력을 가지고도 3위를 유지할 수 있는 힘 또한 여기에서 나온다. 최동수 박진만 안치용 권용관 등이 증거다.

결국 결론은 이렇다. 김 감독 야구도 부상 선수는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 부상을 예방하고 빠르게 치료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다. 또 전력 이탈에 대한 끊임없는 준비도 계속된다.

김성근 감독 재임시엔 성적이 좋지만 떠난 뒤엔 나빠진다는 건 김 감독만큼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기 : 그럼 과연 앞으로 SK는 어떻게 될까.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SK는 김 감독에게 의료비 및 훈련비 과다 지출, 코칭스태프 과다 등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분에 대한 요구가 결국 결별의 중요한 사유가 됐다. 구단은 이제부터라도 SK가 버틸 수 있는 힘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점검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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