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이 만난 사람]②윤제균의 `새옹지마` 영화인생

"나이 들어 제 얘기, 영화로 만들어볼까요?"
  • 등록 2011-07-22 오전 8:15:00

    수정 2011-07-26 오후 4:32:58

▲ 윤제균 JK필름 대표.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영화감독 윤제균의 이력은 독특하다. 1969년 부산에서 태어나 삼수 끝에 고려대에 입학,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첫 직장은 광고회사 LG애드. 연봉은 적어도 재미는 있겠다 싶어 택한 직장이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은 시작부터 그의 뜻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경제학을 전공해서인지 전략기획팀으로 발령이 난 거예요. 예결산을 주로 하다 광고 만드는 일은 무급휴직 기간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되고 퇴사 전까지 약 1년 했나요? 카피라이터로 LG 화장품 라끄베르, 이자녹스 등의 광고를 맡았었는데 이렇게 말하면 또 그 유명한 `라끄베르와 상의하세요` 카피를 제가 쓴 줄 알아요. 그건 우리 팀장이 만든 거고 전 용량, 용법 등만 적다 나왔답니다. 하하."

◇ 샐러리맨, 흥행감독 되기

위기는 그에게 기회가 됐다. 입사 2년여 만에 찾아온 IMF는 그에게도 혹독했다. 빚을 내 마련한 아파트를 팔고 아현동의 2500만 원짜리 10평 반지하 전세방으로 옮겼고, 회사에선 무급휴직도 강요당했다. 대학에서 만난 아내와 결혼 4개월째에 접어들었을 때다. 가진 게 없으니 신혼임에도 다툼이 잦았다.

돈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글을 쓰는 것뿐이었다. `한 신당 1분, 120분이면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이 끝`이라는 생각에 펜을 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 10신씩, 일기 쓰듯 12일만 쓰면 되겠다 했는데 시간은 조금 더 걸려 한 달이 그냥 지났다. 그렇게 완성한 것이 1999년 태창흥업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 수상작 `신혼여행`이었다. 추후 이 시나리오는 나홍균 감독에 의해 2000년 3월 영화화됐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윤제균은 2001년 직접 쓴 두 번째 시나리오 `두사부일체`로 정식 감독 데뷔했다. 이 또한 하고자 해서 한 일이 아니었다. `해보자!`라는 영화사는 있는데 `맡겠다`는 감독이 없어 자청했다가 대박을 친 경우다. `두사부일체`는 350만 관객을 모으는 이변을 연출했고, 이듬해 선보인 `색즉시공`도 관객 400만을 돌파하며 족보 없는 신인감독, 윤제균을 다시 보게 했다.

두 작품 모두 12월13일 개봉해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맞서 선전했다. 세 번째 작품 `낭만자객`(2003년) 역시 12월13일 선보였는데 결과는 달랐다. 평단의 반응은 최악이었고 흥행에서도 참패했다. 투자자의 발길 역시 뚝 끊겼다.

이후 `1번가의 기적`으로 다시 서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렸다. 그리고 2년 후인 2009년 국내 최초 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로 1000만 감독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 윤제균 감독이 직접 연출하고 제작한 영화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낭만자객` `1번가의 기적` `해운대`(이상 연출), `7광구` `퀵` `하모니`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간 큰 가족`(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휴먼 드라마, 그 끝은요···"

윤제균은 자신의 감독 인생 10년을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사자성어로 줄여 말했다. IMF가 없었다면 무급휴직도 없었을 거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면 글을 쓸 생각도 하지 못했을 거라는 게 그 이유다. `낭만자객`의 뼈저린 실패가 있었기에 `해운대` 같은 대박 흥행도 가능했다. 이렇듯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생겼고, 하늘이 흐리다 싶으면 곧 해가 떴다.

10년 전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그는 지금 충무로 최정상의 자리에 서 있다. 혹자는 `제2의 강우석`이라고도 말한다. 이 같은 평가에 그는 "부담은 되지만 불안하진 않다"고 했다. 백신 예방주사를 맞아 또 다른 위기가 닥쳐도 이겨낼 자신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인생에 직선은 없잖아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게 마련인데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대도 그 낙폭이 크지는 않았으면 해요. 전체적인 곡선이 상승이면 되는 건데 그래서 더 겸손하게 살려고요. 자만했다가 나락으로 떨어져 봤는걸요."

재밌고도 따뜻한 영화 만들기가 장기인 감독 윤제균의 휴먼 드라마, 그 끝은 어디일까? 그는 앞으로도 만들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다며 꿈 많은 10대 소년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택시` `스피드` 같은 작품이 탐나 스피드 액션 블록버스터 `퀵`을 만들었고, `한국의 에이리언` 같은 작품으로 `7광구`를 기획했어요. 지금 제가 만들고 있는 `템플스테이`는 `인디아나 존스` 같은 모험 영화고요. `엑스맨` 같은 초능력자 이야기도 만들고 싶고,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영화도 하고 싶은데 그러자면 무엇보다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합니다."

`템플스테이`는 ‘해리포터’ 시리즈 1,2,3편의 제작사 1492픽쳐스와 윤 감독이 이끄는 JK필름이 합작해 만드는 영화다. 1000만의 벽을 허물고 해외 진출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눈앞에 둔 윤제균 감독. 그는 "윤 대리가 10년 만에 윤 감독의 꿈을 이루어냈듯, 한국영화도 앞으로 10년 후에는 TV, 반도체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품이 됐으면 싶다"면서 "난 그에 일조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넉넉한 미소를 지었다.

(사진=김정욱 기자) 
▲ 윤제균 감독.
▶ 관련기사 ◀ ☞[최은영이 만난 사람]①"한국영화, 윤제균과 상의하세요" ☞`퀵` 강예원 "5분마다 폭탄 펑, 웃음 빵···기대하세요" ☞이민기 "`퀵` 무조건 잘 돼야···겸손할 여유 없다" ☞윤제균vs윤제균 "정답은 `퀵광구`" ☞윤제균 감독, " `퀵`, 美 `스피드` 佛 `택시` 뛰어넘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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